스타트업 최고 전략 책임자의 일,
”누구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 노타 CSO 스티븐 김(Steven Kim)님 인터뷰
전세 계약 2년 만기일이 다가온다. 집주인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다음 재계약 때는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선포를 한 상태이다. 지금 집이 너무 좋아서 금리가 올랐더라도 월세로 전환하여 계속 살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제시한 월세는 대출 금리와 비교하더라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볼지, 이참에 마음 편히 더 좋은 조건의 월셋집으로 갈아탈지, 아니면 차라리 작더라도 소중한 내 집을 구매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생의 많은 순간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경우가 많다. 2년 전세 만기일처럼 생애 주기에 따라 맞닥뜨리는 여러 경조사뿐만이 아니다. 매일 점심 메뉴를 정해야 하는 순간, 다음 주에 있을 팀미팅에서 내가 발표할 부분 등 다양한 삶의 순간들에서 우리는 앞에 놓인 선택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개인의 삶의 주기와 마찬가지로 회사도 성장 단계에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략'이다. 특히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전략은 성패의 핵심 키(Key)이다. 많은 회사에서 전략을 책임지는 최고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를 두는 이유이다. 보통 CSO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CEO를 비롯해 경영진과 회사가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노타에서는 어떨까? 지난 6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임베디드 월드 2022(Embedded World 2022)에 참여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한 노타의 최고 전략 책임자 스티븐 김(Steven Kim)을 만나 ‘전략’이 무엇인지, 노타의 전략적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스타트업, 그리고 전략
노타 CSO(Chief Strategy Officer)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시장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제안합니다.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서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이를 어떻게 수행하여야 하는지 예측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타의 전략팀은 어떤 업무에 집중하고 있나요?
지금은 회사의 성장 단계 중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굳혀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로선 회사가 매우 많은 ‘질문을 받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전략팀에서는 이에 대해 상호 간의 싱크를 맞추는 역할을 하죠. 고객사로부터 계속 피드백을 듣고, 이를 내부 개발팀에 잘 전하고, 우리의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품이 세상에 ‘짠’하고 나온 뒤에는? 또 시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 얘기가 제품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다시 내부를 설득하는 일이 뒤따르겠죠.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되네요. 그렇다면 노타 전략팀에서 진행한 특이점이 있는 업무는 무엇이 있나요?
사실 스타트업에서 C레벨들은 굉장히 긴밀하게 일하고, 의견을 나누며 대부분의 전략을 함께 세우기 때문에 CSO의 역할을 다른 경영진도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단순히 전략을 제시하는 입장에서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빠르게 성장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내 역할이 하나라고 정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경쟁사에 대해서 조사하고, 경쟁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프로덕트를 모두 분석하고, 우리의 고객사가 될 만한 기업들을 직접 컨택하는 일까지 맡아 했어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한 다양한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우리 스스로 고객사를 찾아 나서야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AI 모델 경량화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과 협력을 고려했고 시장 정상에 있는 기업체들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죠. 제가 미국에서 관련 시장에 오랜 기간 종사했던 덕에 알고 있던 네트워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잠재 고객사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프로덕트가 어떻게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구체화 할 수 있었고 이렇게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파트너십을 재정비하며 노타의 국제적 입지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
시장의 목소리는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이 허들을 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을까요?
제품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하고 발전되는 것이에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 낸 후 출시하겠다고 생각하면, 아예 ‘시작’이라는 것을 하기 힘든 상황이 오죠. 처음 만든 프로덕트가 좀 부끄러울 수 있어요. 개발팀의 입장에서 매우 불안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럴 땐 전 세계 최대 비즈니스 SNS인 링크드인(LinkedIn) CEO가 한 말을 떠올려요. “처음 만든 제품이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은 제대로 만든 첫 번째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완벽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생각은 허구예요. 다시 말해서,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품의 모든 것을 결정해서 내놓게 되면, 그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일 뿐이에요. 시장과 고객에게는 분명 다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는데, 그 기회를 갖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쉽지 않죠.
그렇군요. 소비자의 니즈를 알기 위해 노타를 시장에 내놓는 일은 꼭 필요한 과정이네요.
맞아요. 기술 위주의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최고 기술과 성능을 가진 제품만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페라리를 타야 하겠죠. 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소나타예요. 왜 소나타가 가장 많이 팔릴지 생각해본다면 쉽게 답이 나오죠.
명품 브랜드 샤넬은 가방이 유명하지만, 샤넬의 매출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것은 향수라고 해요. 샤넬 가방은 누구나 소비하기 힘들지만, 샤넬 향수는 그래도 선물로 부담스럽지 않게 하고 받을 수 있잖아요?
여기에서 ‘전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명품 브랜드 전략을 꼭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는 기본이 되어야 하죠. 가성비만 따진다면 그냥 오픈소스만 쓰면 되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우리의 기술을 쓸 만한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퍼포먼스의 기준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효율적인 분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AI 모델 압축률을 95% 정도만 해주면, 고객들이 만족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할 때, 우리가 97%로 압축할 수 있는 기술력은 가지고 있는데, 95%를 97%로 만들기 위해서 기존보다 3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그럴 때 효율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우리의 리소스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를 잘 고민해봐야 하죠. 물론 돈을 많이 쓰면, 쓰는 만큼 뽑아내는 것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국제 박람회 같은 곳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서 부스를 차릴 수도 있지만, 담당자들이 박람회 참여만 해서 단독 미팅만 진행할 수 있어요. ‘효율적인 분배’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죠.
.
.
전략의 핵심,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의 솔직한 소통
전략을 이야기할 때, 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전략팀에게만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전략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죠. 전략은 전략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팀부터 지원팀까지 전략화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 부서에서 나오는 좋은 전략적 아이디어를 잘 청취해서, 전략에 도입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모든 업무가 비즈니스 진행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넓은 안목을 갖는 것이 필요해요. 모두에게 전략적인 안목이 필요하죠.
전략적 안목에 대해서 회사의 구성원들과 많이 얘기 나누실 것 같습니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무엇인가요?
저는 상대방과 소통할 때 예의를 차리느라 핵심을 짚지 못하는 것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대화를 하고자 노력해요.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리소스를 얼마나, 어떻게 쓸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것. 그것이 ‘문제 해결력’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서 전략은 긴밀한 소통과 함께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노타에 오면 좋을까요?
스타트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직은 우리의 100%를 다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일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피드백을 듣고, 바로바로 반영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해요.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는 파워포인트 자료 하나로 시작해요. 그게 제품이 되고, 그게 사업이 되는 거죠. 그걸 사용하는 고객이 생기고 시장이 생긴다는 믿음으로 끌고 나가게 돼요. 스타트업 창업자뿐일까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그런 리스크를 안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죠.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더해져야 자기만족도, 제품에 대한 만족도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노타에서 일하는 것이 인생에서 괜찮은 전략이었다고 보시는지요.
오랫동안 스타트업계에 있었지만, 노타에는 어떤 스타트업 보다도 인성이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요. 제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죠. 이런 분들은 스타트업계에서 찾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노타에는 실력도 뛰어나고,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모여있다는 것이죠.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스스로 결과를 내겠다는 추진력을 갖고 가야 해요. 노타에서는 이러한 믿음 아래 함께 경험한 짜릿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특히 과감한 시도와 의미 있는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라서 생각지도 못한 탤런트(Talent)들이 막 튀어나와요. ‘이 사람이 이런 재능도 있었어?’라고 놀라죠. 그게 스타트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죠.
마지막으로, 스티븐님이 앞으로 기대하는 노타의 모습은 어떤가요?
최근에 나온 비틀즈 다큐멘터리 겟 백(Get Back)을 보면, 비틀즈가 노래 한 곡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이 잘 조화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조지 해리슨이 곡을 어떻게 살리고, 링고 스타가 거기에 박자를 어떻게 맞추는지, 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죠.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네 사람이 맞춰가는 데 엄청난 시너지가 있는 거예요. 자기 역할만 충실한 게 아닌, 서로 안전한 관계로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반영되어 노래가 딱 하고 나오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이었어요. 노타에서도 그런 다이내믹이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때때로 경영자들은 ‘창립 이후 회사 최대 위기’와 같은 말을 외치곤 한다. 이런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도 위기는 수시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위기는 계획과 준비를 통해 피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때로는 폭발적인 성장의 길로 진입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기업에서 전략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수시로 등장하려는 삶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갖고 살아야 할까? 좋은 팀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하나의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노타’는 인생에 놓인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